Philip-Lorca Di Corcia
영화의 스틸을 찍는 것이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서 창의력(혹은 더 거창하게 예술성)을 발휘하는 데 제한적 작업이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다고도 할 수 있지만, 같은 영화를 다른 사진가가 스틸을 찍는다면, 분명 서로 다른 결과물을 낼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의 스틸이더라도, 사진은 역시 피사체와의 교감이 중요하고, 상대(즉 극중 캐릭터)와 그의 인생을 대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찍어내는 인물과 그의 인생은 물론 가상의 것이지만, 진짜인 것만 같은 순간을 마주할 때는 배우가 아닌 극중 그 인물을 만난 것만 같아서 가슴이 설렌다.
필립 로르카 디 코르시아는 일반인을 모델로 ‘영화적’인 사진을 찍어온 작가로, 미리 선정된 일반인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임의로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이 적절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런 식으로 그는 <할리우드> 연작 시리즈를 내놓았고, 나아가 세계 도시들의 거리 위에서 ‘거리 장면’(street scenes)들을 보여주었다. 영화의 스틸이 가상의 인물의 삶을 담는다면, 디 코르시아의 작품들은 거꾸로 현재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실제 삶을 영화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작품들은 마치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인생이란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누구나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그런 흔한 말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사진은 순간의 이미지이다. 좋은 사진은 대상의 그럴듯한 외형적 멋이 아니라 그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에 담긴 이야기까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 코르시아의 사진 안에서 배경과 자연스럽게 융화된 인물은 사전에 합의된 어느 정도의 연출에도 불구하고- 혹은 반대로 그러한 연출에 의해서 각자의 스토리를 가진다.

임훈/ 현장스틸기사
by Damon | 2006/06/11 02:41 | Foto | 트랙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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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박시영 at 2006/06/11 03:44
이사람 사진첩 언제한번 사줘야겠다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난 이사람의 대형사진을 진짜로 본다면 어떨까 궁금. 동물원이나 박람회 온기분일거 같은디... 이상한 질감이여..
Commented by mithrandir at 2006/06/11 13:18
아, 예전에 미국 사진전에서 저 맨 위의 사진 참 좋았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fantastic at 2006/06/11 14:06
그래 항상 눈을 제대로 뜨고 다녀야 하나봐요.
Commented by Damon at 2006/06/11 21:01
박시영/ 살려고 생각중. 완전한 캔디드 샷이 아니었다는 걸 몰랐던 내 눈을 마구 찌르는 중.

mithrandir/ 저도 저 사진이 참 좋습니다.

fantastic/ 결국 이것도 완벽한 캔디드 샷이라기 보다는 고도의 연출 사진인거죠.
Commented by giRL at 2007/02/12 13:07
니야 누나 홈에서 링크타고 왔습니다. 저도 이사람 엄청 좋아해요. 이 작업도 참 맘에 들어요. http://www.gagosian.com/exhibitions/heddon-street-2005-02-philip-lorca-dicor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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