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와 콘탁스, 그리고 카메라의 세계
아까 belle님과 라이카와 콘탁스 이야기를 아주 간단하게 조금 하고나서 갑자기 든 의문. 그렇다면 카메라계의 라이벌이라고 불리는 라이카와 콘탁스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지식검색 중독증이 시작되었다는 말이다). 나야 칼짜이즈 렌즈를 쓰는 카메라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손가락 세개만한 똑딱이에 불과하고, belle님의 그 아름다운 카메라는 라이카 렌즈를 쓰고 있지만 일단은 파나소닉의 기술로 탄생한 바디를 쓰고 있으니, 도대체 라이카와 콘탁스의 옛기종들을 쓰는 사람들의 의견은 어떤지 찾아본 결과.


의견1/ 라이카는 약간 색이 진하고 무겁다고 해야하나 그런게 매력이고 콘탁스는 반대로 색이 투명하게 뜨는것이 매력인거 같습니다.

의견2/ 유화와 수체화의 차이를 느낄수 있네요. 무겁고 눅눅한 색감을 원한다면. 라이카. 맑고 투명함을 위해서는 콘탁스겠죠. 콘탁스는 매우 푸르스름하고 냉철하게 투명하고 (추운 가을하늘?), 라이카는 약간 노랑+그린 계열이 낀 투명함이라고 봅니다 (4월 진달래 피는 봄하늘)

의견3/ 콘탁스는 투명하고 콘트라스트가 강하다 그래서 수채화 같다. 라이카는 진하다 무겁다. 그래서 유화적이다.

의견4/ 라이카 클럽가면 캔디드한 흑백사진들이 많고. 콘탁스클럽에 가면 눈이 시릴정도로 쨍~한 사진들이 많죠.

의견5/ 라이카의 경우네는 그 암부 계조를 따라올 렌즈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다른 말로 하자면 컨트라스트가 별로. 컬러 작업을 했을때 약한 컨트라스트는 아쉬울때가 많았죠. 그러나 흑백의 경우 낮은 컨트라스트에 의한 은은한 암부계조가 참 좋았습니다. 반면 콘탁스의 경우 이와는 반대로 강한 컨트라스트를 자랑하죠. 라이카와 비교했을때 계조가 떨어지는 것은 오히려 강렬함을 위해 일부분 접어줬다고 생각이.

이런 라이벌 구도는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 어쩌다가 들어간 일본 사이트의 어느 인간은 사진을 떡 찍어서 비교해놓고 제목에 'contax vs leica'라고 달아놓았다.

그리고 아프게 모든것을 꼬집는 누군가의 한마디/ 전문가라도 사진을 늘어놓고서 이게 콘탁스고 이게 라이카고 이게 캐논이고 이게 니콘인지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물론 라이카와 콘탁스가 좋긴 하지만, 이를테면 두 카메라들은 카메라계의 '메르세데스와 BMW'같은 것일 듯 하다.

크으. 카메라에도 명품족은 있었던 것이다.

이거 정말 재미있다. 카메라의 역사를 시작한 두 명가가 (자본주의 시장에서 일종의 참패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떤 라이벌 구도와 각각의 매니아들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 나로서는 일단 칼짜이즈 렌즈를 탑재한 물건을 쓰고 있으니, 게다가 카메라가 너무 마음에 드니, 개인적으로는 콘탁스에 끌려있는 상태다. 첫 경험이 중요하다는게 이런건가. 그러나 디자인이 선택에 참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나로서는 라이카가 너무 예뻐서 죽을 지경. 정말. 라이카 카메라들은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기술자가 아니라 디자이너가 따로 디자인을 한 제품들 같다(내 생각에 파나소닉 루믹스 LX1역시 라이카사가 디자인을 특별히 관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 보통의 파나소닉 카메라 디자인을 생각해 본다면 더더욱). 이러니 외국 사이트들이 콘탁스를 '광학기술의 결정체'라고 부르고, 라이카를 '카메라의 예술품'이라고 부르지. 이를테면 내가 멀지않은 미래에 사야겠다 마음먹고 있는 똑딱이 후보 둘, 라이카 미니룩스와 콘탁스 T3의 디자인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나는 간결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카메라에 있어서는 클래시한 디자인이 좀 더 끌리는 편.

그러다보니 찾은 몇가지 정보 더. 일상의 순간들을 잡아냈던 브레송은 죽는 순간까지 라이카만을 사용했고, 처음에는 라이카를 사용했던 카파는 거친 전쟁터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콘탁스를 사용했더란다. 이 정보를 보고났더니 대충 라이카와 콘탁스의 느낌이 슬금슬금 오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역시, 하나는 일종의 '인상주의 작가'고, 다른 하나는 '야수파 장인'이라는 말이렷다.
라이카를 손에 든 브레송
콘탁스를 손에 든 카파(외국 콘탁스 사이트에서 발견한 사진이다. 크으)

어찌되었던간에 디카 하나를 사기위해 들인 두어달의 고민이 결과적으로는 '카메라의 세계'라는 재미있는 외계를 나에게 소개해 준 계기가 되었다. 진짜로 무슨 장비광이나 사진가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고, 다만 일종의 '정보수집 강박증'이 있고 그걸 또 즐기는 나로서는 또다른 재미있는 소일거리가 생긴셈이다. 카메라의 역사도 흥미진진하고, 그것이 자동차나 영화나 음악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세계를 이루며 미학적, 기술학적으로 멋지게 성장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 기쁘다.

또 한가지 수확이라면, 세상에는 캐논과 니콘과 소니외에도 멋진 카메라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 콘탁스와 라이카가 '명품'이라 좋은 것은 아니다. 지금은 값싸고 품질좋은 일본의 대량생산품들에 완벽하게 밀려났으나 카메라의 역사를 시작한 두 명가의 자존심들이 아직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할정도로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콘탁스와 라이카만이 좋은 카메라더냐. 사실 내 인생 최고의 카메라는 캐나다와 영국을 따라다녔던 미놀타의 필름카메라였다(왼쪽 사진이랑 비슷한 모양이었던 것도 같다). 파리 여행 첫날에 몽마르뜨 언덕 계단에 굴러떨어지면서 수명을 다 한 그녀석은 참으로 훌륭한 카메라여서, 지금도 러시아와 캐나다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 기특한 것의 모델명을 찾기위해 온 인터넷을 뒤졌으나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낙담한 상태. 만약 이 카메라가 지금도 부산집에 있다면 일본으로 보내서라도 고쳐서 다시 써 볼까 생각중이다.

여하튼, 카메라의 세계라니. 참 재밌다. 이제 쥐꼬리만큼 알게되었으니 '사진'의 세계에도 한번 빠져볼란다. 그리고, 크게 돈에 부담되지 않는 한에 있어서, 언젠가는 콘탁스와 라이카라는 카메라들을 둘 다 한번씩은 경험해 보고 싶다. 돈지랄이나 장비광의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말이지. 그러니까 일단은 똑딱이들로. :-)
point....and....shot! oh. that's wicked!
by Damon | 2006/04/18 01:49 | Foto | 트랙백(1) | 덧글(12)
트랙백 주소 : http://kapow.egloos.com/tb/130846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at 2014/03/11 00:41

제목 : garcinia cambogia
line6...more

Commented by leeyul at 2006/04/18 01:55
새벽에 우연히 들어왔다가..멋진글 잘 읽고 갑니다. ^^
니콘을 쓰고 있는데, 라이카 똑딱이가 참 탐나요..
Commented by belle at 2006/04/18 02:00
나에겐 다 그림의 떡이로세...라이카 카피한 러시아 피드, 로모와 로모그래피의 장난감들(슈퍼샘플러, 피쉬아이), 그리고 폴라로이드SX-70, 니콘801s...이것만으로도 벅차고. 난 자기처럼 펀드도 보험도 없는데 왜 돈이 없을까나 ㅜㅜ
Commented by Damon at 2006/04/18 02:01
leeyul/ 저도 탐나요 :-)

belle/ 윽. 펀드와 보험 관련 멘트는 삭제했다고요. 큭큭.
Commented by 품귀현상 at 2006/04/18 02:35
<클로져> 때문에 라이카에 대한 뽐뿌질이 있었죠. 이글 보니 정말 카메라 PPL이 저주스럽습니다. ㅎㅎㅎ
Commented by Damon at 2006/04/18 04:27
품귀현상/ 어흑. 저 정말 멈추고 싶어요. 멈춰주세요.
Commented by fantastic at 2006/04/18 08:43
카메라를 다루는 데도 길들이기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어찌보면 사람이 카메라의 눈에 길들여진다고 말할 수 있겠죠.암튼 콘탁스는 한번도 안 써봤는데 한번 써보고싶네요.
Commented by 남희에 at 2006/04/18 09:24
조만간 라이카는 못하지만 루믹스는 하나 지르고파요
Commented at 2006/04/18 10:2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rolly at 2006/04/18 10:42
무엇에 빠져서 자신을 쏟아 열중하는 모습은 참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이에요.
Commented by 니야 at 2006/04/18 11:06
라이카 렌즈를 단 파나소닉을 쓰고 있지만서도, 콘탁스 필름 카메라의 그 기억을 잊을 수가 없으요
Commented by 모모씨 at 2006/04/18 13:35
앞으로의 글이 더욱 기다려질 듯. 전 라이카가 눈길이 가네요. 역시 처음 감동받은 대로 관성을 유지하나 봅니다.
Commented by 오소리 at 2006/04/19 00:12
안녕하세요. 늘 구경만 하다 재미있게 읽고 있어서 처음으로 덧글 남깁니다. 요즘 올리시는 포스팅 굉장히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제가 쓰고 싶은 카메라도 콘탁스T3와 라이카 시리즈라서 그런지:-) 앞으로의 글이 기다려지네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다음 >>